버섯나무 혹은 버섯

톱밥 표고버섯 재배법

전설비 2008. 2. 16. 16:16

     

        청양 톱밥 표고버섯을 아세요? … 톱밥버섯 대량재배법 개발 정의용 씨

이봉주 기자 

 

 

산림청이 수백억에 이르는 거금을 들이고도 실패했던 톱밥 표고버섯의 대량재배에 성공한 충남 청양 사람이 있다.

표고버섯은 주로 참나무 원목을 사용해 재배한다. 하지만 요즘은 참나무 구하기도 쉽지 않고, 품질 좋은 버섯을 생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 톱밥이었다. 하지만 산림청이 수년의 노력을 기울여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 톱밥버섯 대량재배. 그것을 충남 청양의 한 버섯 농가가 성공시켰다. 선친 때부터 표고버섯 농사를 지었다는 정의용 씨(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44세)가 그 주인공이다.

<전국 최고의 톱밥 표고버섯 전문가>

정씨의 톱밥버섯 대량재배 성공은 2004년 농업분야 신지식인, 2005년 충남 농업발전 대상을 수상했다. 요즘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비롯 산림청, 산림연구원 등에서 정씨의 버섯농장을 수시로 방문하여 봉입표고 배지생산 기술의 안정과 표준화 및 일반 보급을 위한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톱밥 표고버섯 생산관련 배지 생산과 재배기술에 있어 최고 기술을 보유한 것과 톱밥버섯 대량재배 사례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톱밥표고버섯의 대량재배로 청양에서는 20여 회원이 참여하는 톱밥버섯재배자협회가 설립됐다. 청양지역 톱밥 표고버섯 재배규모는 톱밥배지(버섯종균을 혼합한 톱밥) 70만개, 면적으로는 약6천평 규모로 지역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씨의 경우에만 15만 배지(약1,300평)에서 작년 한해 20억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톱밥버섯 재배 6년차.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거둔 성공 같지만 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군청 직원이 대놓고 ‘정의용은 망한다’고 했을 정도다. 처음에 같이 출자했던 5명도 두달도 안돼 손을 뗐다. 하지만 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만과 중국을 오가며 대책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에 맞는 톱밥 배지 제조법과 재배기술을 터득했다. 정씨는 겸손하게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엄격한 배지분양의 철학>
정씨가 정립한 기술은 톱밥 배지를 만드는 방법과 재배기술이다. 톱밥 배지를 만드는 공장에는 상근자 6명을 비롯 외국인 노동자 15명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재배사에서 일하고 있다.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배지만도 200만 배지에 달한다.

톱밥버섯 재배기술이 알려지면서 톱밥 배지를 분양받으려는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지만 돈만 있다고 아무나 배지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정씨의 표고버섯 재배 철학이 담겨있다. 정씨는 분양받고자하는 사람의 열의와 준비상황을 꼼꼼하게 챙긴다. 실패할 위험이 크거나 여건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절대 분양하지 않는다. 농사꾼의 품성을 중시하는 탓에 장사꾼 기질만 가득 찬 사람 역시 분양 제외대상이다.

그리고 전국으로 재배법이 확대 보급됐을 경우 닥칠 지도 모르는 과잉생산에 대한 고민도 있다. 본인은 톱밥배지를 무한정 팔아 큰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배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과잉생산에 따른 표고 가격폭락으로 몰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분히 표고버섯 재배농가에 대한 깊은 배려가 엿보인다.

<강한 인상에 숨은 따뜻한 인간미>
이렇듯 톱밥배지 분양에 엄격하지만 그렇다고 앞뒤가 꽉막힌 인정없는 사람은 아니다. 전라도 장수에서 표고버섯을 하는 한 사람은 무려 10번 이상 찾아와서 배지 분양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씨는 '마음이 약해져서' 직접 농장을 찾아가 현장을 보고 그 사람의 열정을 확인한 후에 배지분양을 해줬다. 그러니 분양받은 농가가 버섯에 애정을 갖지 없을 수 없다. 수시로 찾아와 어려움을 상담하고 같이 고민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마침 트럭에 직접 배지를 싣고 찾아와 이것저것 상담하고 있었다.

그뿐아니다. 정씨는 7월 초에 중국에 다녀올 예정이다. 버섯농장에서 일할 산업연수생을 직접 면접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중국까지 찾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산업연수생을 알선하는 중간 브로커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아 일부라도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서란다.
처음 정씨를 만났을 때는 검게 그을린 얼굴색과 직설적인 말투에서 타협을 모르는 근성같은 것을 느꼈지만 점점 대화하다 보니 인간적인 마음 씀씀이가 물씬 느껴진다.

<청양 특산물 특화단지 조성이 최종 목표>
본인이 스스로 농사꾼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정씨에게선 장사속이 보이지 않는다. “나만 잘 먹고 살자고 마음 먹었으면 벌써 부자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속 깊고 열정 많은 정의용 씨.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씨는 청양의 특산물을 한데 모아 연중 재배하면서 도시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특산물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그 땅을 도시 사람들에게 분양하여 청양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개인을 넘어 지역공동체로, 나아가 전국과 함께 호흡하려는 정의용 씨의 도전이 어떤 성공을 거둘지 기대가 크다. 
                                                <인터뷰 - 정의용 씨>


톱밥 표고의 장점은 무엇인가?
- 우선 생산 원가가 낮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출 수 있다. 가격도 원목 표고에 비해 2배정도로 높다. 흔히 원목 표고가 더 품질 좋고 맛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나 역시 원목 표고버섯도 같이 재배하고 있기때문에 톱밥 표고버섯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다.

표고버섯의 시장성은 어떠한가?
- 먼저 우리나라의 표고버섯 시장규모의 영세성을 지적하고 싶다. 표고버섯은 8-9월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이때는 가격이 폭락하고, 수확이 적은 겨울에 가격이 비싸진다 싶으면 중국에서 여지없이 수입 생물표고가 들어온다. 그러니 재배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마땅한 대책이 있는가?
- 한국에서 소비가 늘어야 한다. 그리고 수입을 막아야 한다. 또한 표고버섯을 식용뿐만 아니라 관상용이든 뭐든 다른 수요를 창출해야한다. 그래야 버섯 재배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톱밥버섯의 대량재배법을 전국으로 확대할 의향은 없는가?
-우리나라의 버섯 시장성이 취약하다보니 톱밥버섯 재배농가가 늘어나면 가격 폭락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과잉생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생산되는 것도 다 소비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대량재배법의 확대는 되레 재배농가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선은 원목 표고를 대체하면서 시장규모를 키우고, 수출 방안도 모색하면서 확대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톱밥버섯을 재배하려는 농가가 많은 것으로 안다. 이들 농가에게 한마디 하자면?
-우선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100% 실패한다. 또한 농사꾼으로 최선을 다해야지 장사꾼처럼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톱밥버섯 대량재배에 성공했는데 이후 계획은 없는가?
-우선, 연중 계속해서 버섯을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버섯수확이 8~9월에 집중돼 가격안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와 함께 시험포를 재배해 연구중인데 내년 정도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청양의 여러 특산물을 한데 모아 재배할 수 있는 특화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토마토, 고추, 버섯, 딸기 등을 한곳에서 한꺼번에 재배하고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땅을 분양하여 위탁재배 해줄 계획이다. 타지역에서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해서 청양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군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